[2025-12-15] 친정 찾아 직격탄 날린 반기문 “안보리가 유엔 위기 원인”
“신임 사무총장 임기는 단임 7년으로 정해야”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합니다. 유엔의 현재 위기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원인입니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재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평화를 위한 리더십: 미래의 유엔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공개 토론에 국제 원로 지도자 모임인 비영리 단체 ‘엘더스’를 대표해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2007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이날 안보리 개혁과 사무총장 임기 단축을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안보리 일부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사용해 자신, 동맹국, 대리세력을 책임 추궁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유엔의 평화와 안보 임무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면서 “상임이사국들의 자의적인 거부권 사용과 오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 없이는 유엔이 느끼는 무력감은 극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국이다. 안보리 결의시 단 하나의 상임이사국이라도 반대하면 통과되지 못한다. 한국도 이런 안보리 제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본 당사국이다. 작년 3월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투표에 부쳤지만, 중국은 기권하고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패널이 활동을 종료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제재를 위반하는지 확인해야 할 감시 카메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군사적으로 밀착하면서 반대표를 던졌다.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면서 상임이사국이 자의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 사회 안보와 평화 유지에 해를 입힌다는 ‘안보리 무용론’이 국제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안보리 개혁 없이는 민간인은 보호받지 못하고 면책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폐지할 수 없다면 그 사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엔 사무총장 임기 개혁도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단임 7년 임기로 임명되어야 한다”면서 “5년 임기를 두 번 하면 사무총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든다”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는 유엔 헌장에 적혀 있지 않다. 유엔 헌장 제97조에는 “사무총장은 안보리 권고에 의해 총회가 임명한다”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임명 절차만 있고 기간은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관례적으로 5년씩 연임을 해왔다. 반 전 총장은 “사무총장 임기는 헌장상 요구가 아니라 관행에 불과하며 총회는 임명 조건을 스스로 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내년 12월까지가 임기다.
반 전 총장은 “어느 누구도 섬이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라는 영국 시인 존 던의 산문집 ‘긴급한 상황에 대한 기도문’의 일부를 읽으며 연설을 끝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