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2]베이징 선언 30주년 맞이했지만…“전 세계 여성들 여전히 어려움 직면”

 In 이사장 활동

유엔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센터(옛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가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아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전 세계 모든 여성과 여아의 권리 및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세계여성의날 행사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 설립 15주년과 베이징세계여성대회 행동강령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인 만큼 지난 수십 년 간 이뤄진 성평등 성과와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참석한 250여 명의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학계 및 민간 부문 대표들은 소외되는 여성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기남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신종 폭력, 저출생·고령화 위기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며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국민 모두가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올해가 베이징 선언 30주년과 유엔여성기구 설립 15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만큼, 지난 수십 년간의 진전 상황을 돌아보고 충분히 노력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더 많은 여아가 학교에 다니게 되고, 많은 여성이 리더십 역할을 맡게 되고, 성평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저소득과 고소득 국가 모든 곳에서 여성과 소녀들은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유엔여성기구를 창설한 반 전 총장은 설립 당시 비화를 공개해 청중들로부터 놀라움을 자아냈다. “유엔여성기구 설립 15주년을 맞아 여러분께 비밀을 공유해 드리겠다고”고 운을 뗀 그는 “사무총장이 됐을 때 유엔여성기구를 설립하고 싶었지만 설립을 추진했을 때 외교단과 일부 대사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대사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사무총장은 왕이 아니고, 우리는 그의 신하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그 나라의 총리를 만나 ‘나는 내가 왕이라 주장한 적 없다’고 하니 당황해했다. 그리고 그 대사가 바로 사과를 했다. 이 이야기가 퍼진 뒤 모든 대사들이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고, 유엔여성기구 설립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한 “누군가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성평등이 달성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현상 유지를 위해 충분히 하지 않을 때 변명으로 사용된다”며 “정치적 의지와 공동의 노력, 공동의 약속으로 우리는 구조적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에서 새롭게 대두된 여성폭력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AI(인공지능)와 증강현실 등 틈을 파고드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 억압과 차별이 있다”며 “왜 여성들, 특히 장애를 가진 여성들과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 그 약한 고리는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너무 쉽게 그들의 잘못으로 단정 짓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조기 개입과 예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험버토 카롤로 화이트리본 캐나다 사무총장은 “페미니스트 운동이 발전함에 따라 남성 중심의 온라인 공간에서 종종 남성의 단절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며, 여성의 성공이 남성을 무력화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이러한 비합리적 사고는 일부 남성의 분노와 증오를 자극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이트리본은 소년과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조기 개입 및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개입과 예방이) 여성혐오를 표출하는 남성 등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장숙랑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장은 여성에게 돌봄의 책임을 부과하는 불평등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학장은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대표적인 공적 돌봄 노동자의 80%가 여성”이라며 “이는 돌봄 노동을 여성의 역할로 간주하고,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기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돌봄 노동의 가치가 재평가돼야 하고, 돌봄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필수 노동”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하고, 공공돌봄 서비스 확대를 통해 노동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통해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돌봄 노동이 분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문링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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