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활동

[2021-09-07]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기조연설

By 2021년 9월 8일 9월 30th, 2021 No Comments
©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Youtube

9월 7일, 반기문 이사장은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산업화 이래 인류가 눈부신 경제성장과 기술진보를 이루어낸 과정에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기후변화가 초래되었음을 강조하면서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추진, 선언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또한, 2050 탄소중립에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탄소중립위원회가 8월 5일에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습니다.

이어서, 미래에 더 대중화될 전기자동차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도 세계시장 흐름에 맞추어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기문 이사장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인 점을 역설하면서 기조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은 기조연설 전문입니다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뜻깊은 자리에 초대를 받아 기조연설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2014년 제1회를 시작으로 친환경 전기차를 주제로 매년 열리는 세계 유일의 전기차엑스포입니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 전기차의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기대하면서, 열정과 신념으로 엑스포를 키워오신 김대환 회장님, 그리고 관계자 모든 분들께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산업화 이래 인류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기술진보를 이루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기후변화가 초래되었습니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지구 생태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실로 파괴적이고 치명적입니다.

당장 수많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벨기에 등지에서는 10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고, 호주·터키·그리스 그리고 미국과 시베리아의 초대형 산불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입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 감시 서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화재로 올 해 7월 한 달에만 3억 4,3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2019년 전 지구적 탄소 배출량 334억 톤의 1%보다도 많고,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배출량 7억 2,700만 톤의 5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아마존에서도 화재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연간 15억 톤에 이르지만, 숲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연 간 5억 톤에 불과해 이제 더 이상 ‘지구의 허파’라 부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예기치 않은 재앙도 초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류의 전 역사에 걸쳐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3년 사스에서 이번 코로나19까지 21세기에 발생한 바이러스는 거의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감염병들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해,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전염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시베리아의 동토층이 녹게 되면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가스가 대거 방출되고, 오래 전 잠들어 있던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을 깨우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습니다.

지구와 생태계는 그야말로 초국경적이고, 범생태계적인 측면에서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보다 더 빈번히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비극적인 사실은 기후변화의 근본적 원인인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에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에서 파국점인 1.5℃ 상승 도달 시점을 2030-2052년까지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IPCC는 지난 7월 26일에서 8월 6일까지 개최한 제54차 총회에서 새로운 보고서를 승인했는데, 1.5℃ 상승 도달 시점을 2021-2040년까지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1.5℃에 도달하는 데는 불과 0.4℃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파국이 10여년 앞당겨졌고, 인류의 생존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날 78억 인류가 직면해 있는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용기있는 도전이자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U 국가들과 미국, 일본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최대의 탄소 배출국의 하나인 중국은 206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올 해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134개국이 탄소중립을 공식선언한 바 있는데, 저는 파리기후협약 당사국 모두가 가급적 빨리 탄소중립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올 해 5월 29일에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여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은 결코 쉬운 과제도 아니며, 목표에 이르는 길 또한 평탄하지 않습니다.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배수진을 친 굳센 의지가 있어야 이뤄낼 수 있습니다.

특히 2050 탄소중립호의 키를 잡고 있는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순항할 수 있습니다. 고통스럽다고 타협하거나 손쉬운 우회로를 찾는 순간, 2050 탄소중립호는 좌초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월 5일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매우 큰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석탄발전소 7개 유지·2050 온실가스 순배출량 2,450만 톤의 제1안,

석탄발전 중단·LNG 발전유지·온실가스 순배출량 1,870만 톤의 제2안,

석탄발전과 LNG발전 전부 중단·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의 제3안이 있습니다.

 

이 세가지 안을 갖고 이해당사자와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말, 정부의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제시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제3안을 제외하고 제1·2안은 사실 탄소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처음부터 너무 타협적인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2050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개가 있을 수 있어도 도착지는 오직 하나, 2050 탄소중립이어야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대못을 박겠다는 결단력과 파부침주의 결연함을 갖고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조여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는 정부 못지않게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탄소중립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SK그룹, 그리고 LG, 한화 등은 ‘RE100’에 참여하고 있고, 한국전력은 ‘녹색프리미엄’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포스코도 과감하게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탄소배출의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사실입니다.

최근 기업 경영 이념의 지주로 자리잡고 있는 ESG 경영과 EU가 2026년부터 실시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글로벌 차원에서 탄소중립의 미래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도 상당하겠으나, 탄소중립을 향한 지구적 대의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와 소비자는 더 친환경적인 기업과 제품에 주목하게 되며, 그러한 기업이 우월한 경쟁력을 갖게 되고,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중단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산업구조가 보다 신속하게 탄소중립적으로 전환되도록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은 인류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전 산업계에 충격적인 전환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 최초의 충격파를 가장 강하게 받고 있는 산업의 하나가 자동차산업입니다.

검은 자동차 배기가스는 공장 굴뚝 연기와 함께 대기 오염과 탄소 배출의 대명사가 되어 왔습니다.

탄소중립을 이룩하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입니다. 이에 따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가 나오고 있고 전기자동차는 그 선두에 서 있습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2030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지원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2040년 판매되는 승용차의 57%, 전 세계 승용차의 30% 이상이 전기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도 세계시장의 흐름에 맞추어 전기자동차시장에서 글로벌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기후위기는 인간의 실존과 연관된 문제입니다.

저는 UN 사무총장 시절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즉각 대응해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였습니다.

UN은 올 해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의 ‘재앙적’ 결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시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노력은 여러분이 서 계신 현장에서부터, 바로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제8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큰 성공을 응원하며 참석하신 모든분들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